경주 함월산 왕의 길: 달을 품은 산의 역사적 여정

경주 함월산 왕의 길: 달을 품은 산의 역사적 여정

경주의 숨겨진 보물, 왕의 길 탐험

경주의 왕의 길은 삼국 통일을 이룬 문무왕의 장례 행렬과 신문왕의 행차가 지나던 옛길을 따릅니다. 이 길은 오늘날 후손들이 더위를 피해 역사를 되새기는 산책로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주는 수많은 신라시대 유적과 유물로 가득한 노천 박물관으로, 매번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선사합니다.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달빛기행, 별이 빛나는 날에는 별빛기행으로 고도의 매력을 즐길 수 있습니다. 최근 추가된 왕의 길은 추령터널과 기림사를 잇는 3.9km의 숲길로, 함월산 자락을 따라 고즈넉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추령터널부터 모차골까지의 여정

경주 시내를 벗어나 감포 방향으로 가면 추령터널이 나타납니다. 이 터널 옆 진입로를 따라 2.5km의 시골길을 걸으면 왕의 길 초입인 모차골에 도착합니다. 이 길은 처음부터 깊은 숲의 매력을 드러내지 않고, 한적한 풍경으로 천천히 이끕니다.

도중 황용약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철분이 풍부해 물이 흐르는 돌이 누르스름하게 변색된 이 약수는 더위를 식혀주는 자연의 선물입니다. 목을 축이고 나면 모차골에 닿아 본격적인 왕의 길을 시작합니다. 모차골은 과거 마차가 다니던 곳으로, 그 역사가 길의 깊이를 더합니다.

신문왕과 왕의 길의 역사

신문왕은 신라 31대 임금으로, 문무왕의 아들로 삼국 통일 후 정세를 안정시켰습니다. 즉위 당시 나라 안팎의 긴장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으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해지듯 만파식적을 얻어 평화와 안녕을 기원했습니다. 이 길은 신문왕이 아버지의 묘를 찾아가던 길이자 여러 왕들의 행차로였습니다.

초입부터 야생미 넘치는 숲길이 펼쳐지며, 개망초가 길을 수놓고 작은 계곡이 곁을 지킵니다. 수십 번의 계곡 건넘과 함께 다양한 나무와 식물이 시원한 그늘을 만듭니다. 매미 소리와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어우러지며 삼림욕 같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길을 따라 수렛재, 말구부리, 세수방, 불령봉표 같은 이정표를 만나며 옛길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신라 왕국의 영광을 되새기는 역사적 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