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걷기 좋은 길 성안올레 1코스 원도심 투어
제주 걷기 좋은 길 성안올레 1코스 원도심 투어
주변이 깔끔하게 정비된 산지천은 서울 청계천의 모델이 된 곳이다.
이런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대부분 깜짝 놀란다.
“아니, 산지천이 청계천을 따라 바꾼 게 아니고요?”
많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이다. 산지천은 오래전부터 도민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곳으로 1960년대에
인구가 증가하면서 땅을 넓히기 위해 복개했다가 환경 문제로 1990년대에 모두 걷어냈다.
완벽하게 복원된 산지천에는 맑은 물이 흐르며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닌다.
또한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관광 명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과거 이명박 서울시장 시기에 청계천 복원을 꾀하면서 이러한 산지천의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산지천 다리를 건너면 성안올레 스탬프 코너가 나타난다.
우리보다 먼저 스탬프를 찍고 있던 이들은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중국에까지 성안올레가 벌써 소문이 난 건가?! 뿌듯한 마음으로 스탬프에 도장 꾹, 찍고 길을 재촉했다.
성안올레를 지나가는 길에 옛 제주 성벽이 남아 있는 계단길을 들렀다.
겉보기엔 평범한 계단 같은데 제주성의 유구한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제주성은 모두 허물어져 버리고 유일하게 남은 성벽의 흔적이 이 계단길 아래 남아 있다.
계단 옆길로 나서면 성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많은 부분이 담쟁이덩굴에 가려 있지만 실제로 보면 커다란 암석들이 높게 쌓아 올려진 꽤나 웅장한 성벽이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일제 때 자원수탈을 위한 항구를 만들면서 제주성을 허물어 그 돌로 바다를 매립했는데
당시 측후소(기상청)가 있던 지금의 계단길은 허물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나마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성안올레 도보투어는 김만덕 기념관도 지나간다. 제주의 인물로 ‘김만덕’을 빼놓을 수 없다.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기생의 몸종이 되었던 김만덕은 후에 거상이 되어 막대한 부를 형성했는데
나라에 흉년이 들어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자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해 제주도민을 살린 의인 중의 의인이다.
김만덕 기념관에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재미나게 꾸며져 있다.
골목길 안쪽에는 건입박물관이 있다. 마을 주민들이 전시물품을 기증해 만든 작은 박물관인데 소소한 볼거리들이 많다.
과거에 유행했던 제주 산호 기념품이나 직접 쓰던 돌절구, 다리미, 물허벅 등 마치 타임머신 여행을 떠나온 느낌이다.
박물관 후문으로 나서면 잘 꾸며진 생태 공원과 물사랑홍보관이 있다.
과거 제주도는 물이 귀하고 부족해 조선시대에는 최악의 유배지로 여겨지던 곳이었다.
기술이 발달해 지하수를 퍼올리게 되면서 지금은 삼다수를 수출까지 하는 시대가 되었다.
물사랑홍보관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자세히 들을 수 있다.
성안올레 1코스에는 동자복, 2코스에는 서자복이 있는데 제주 읍성의 동쪽과 서쪽에서 마주 보는 느낌으로 서 있다고 한다.
돌하르방과 닮은 듯 다른 동자복은 아주 오래전부터 마을 주민들이 미륵불로 여기며 신성하게 여겨왔다고.
이날도 누군가 기도를 드리고 간 듯 음료와 목걸이가 공물로 놓여 있었다. 동자복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믿음의 상징으로 굳건히 서 있었다.
김만덕 객주가 내려다보이는 길을 지나 건입동 마을 길로 접어든다.
멋지게 그린 벽화 길을 지나 산지등대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푸른 바다와 제주항 전경이 한눈에 잡히며 길을 따라 곧게 걸어가면 산지등대가 나타난다.
산지등대는 1916년 무인등대로 처음 설치되었으며 100년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장소이다.
작은 등탑이 예전 것이며 큰 등탑은 지금도 여전히 불을 밝히고 있다.
등대 안 관사였던 곳을 카페로 꾸며 쉬어갈 수 있다.
여기까지 쉼 없이 올라왔으니, 시원한 음료를 한 잔 마시면서 한참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