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다음 일렁이는 초록 물결 왕의 녹차의 유혹

봄꽃 다음 일렁이는 초록 물결 왕의 녹차의 유혹

전남 보성에 녹차가 있다면 경남 하동에는 야생차가 있다. 하동 야생차는 화개와 악양면에서 2000여 개의 농가가 연간 180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특화작목으로, 차밭 면적만 1000헥타르가 넘는다.

화개면 일원은 섬진강과 가까워 안개가 많고 다습하며 큰 일교차로 차나무 재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동은 신라시대부터 차를 재배한 기록이 남아 있는 이 땅의 차 시배지로, '왕의 녹차'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차의 고장이다.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는 차를 주제로 한 종합 차 문화 축제로 유명하다. 하동하면 보통 꽃비가 흩날리는 봄날의 섬진강이 떠오르지만, 이 축제를 통해 하동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여행의 주제가 하동의 야생차인 만큼, 하동의 차 문화 유적지를 중심으로 동선을 짜보자. 축제의 주무대인 화개장터와 쌍계사 차 시배지, 하동야생차박물관을 중점으로 둘러보는 것이 좋다.

어린 시절의 푸근한 추억

화개장터는 소박한 모습이지만, 섬진강이 수문을 연 이래 영호남을 잇는 전국구 시장으로 성장해왔다. 지금도 지리산 자락에서 난 다양한 약초와 나물이 주 메뉴로, 끝물이긴 하지만 장터 곳곳에서 섬진강 하구의 별미인 벚굴을 맛볼 수 있다.

2014년 화재로 새 단장했지만, 그 시절의 활기찬 분위기는 사라졌다. 장터 앞에 있는 화개장의 역사 기념비가 옛 장터의 아쉬움을 전한다. 화개장터에서 12km 정도 달려가면 쌍계사에 도착한다.

쌍계사는 연인이 함께 걸으면 해롭다는 전설의 십리벚꽃길이 있는 곳으로, 꽃비 내리는 봄날이면 섬진강 자락의 화개장터와 강 건너 매화마을, 쌍계사가 방문객들로 붐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주인공은 야생차

우리나라 차 문화는 지리산 자락에서 시작됐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중국 당나라에서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나무 씨앗을 가져오자 왕이 지리산에 심게 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전해진다.

쌍계사 장죽전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차가 재배된 곳으로, 천년 넘게 이어지며 소중한 문화유산이 됐다. 이곳이 한국 차의 본산임을 알리는 하동 야생차문화축제가 매년 5월 25일을 전후해 열린다.

쌍계사 차 시배지에는 성인 키만큼 자란 야생차와 함께 김대렴공 차 시배 추원비, 표지석, 진감선사 추앙비가 자리한다. 쌍계사 안에는 고운 최치원 선생이 왕명으로 짓고 쓴 진감선사 대공탑비도 있다.

비문에는 덩이차를 가루내어 끓여 마신다거나 다구로 돌솥이 사용됐다는 신라의 차 생활 기록이 남아 있어, 한국 차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