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대〔竹〕 피서 구례 섬진강대숲길
8월의 대〔竹〕 피서 구례 섬진강대숲길
섬진강 곁의 대숲 사이로 첫걸음을 뗀다. 신석정 시인의 〈대숲에 서서〉처럼, 첫 연은 "대숲으로 간다. / 대숲으로 간다. / 한사코 성근 대숲으로 간다."로 시작한다. 대나무는 잎보다 줄기가 먼저 눈에 띄며, 그 곧은 모습이 말을 건다.
대나무 한두 그루는 성글하지만, 무리 지은 대숲은 조밀하고 단단해 여름 볕을 피하기 쉽다. 이 기개가 시인에게 "기척 없이 서서 나도 대같이 살"고 싶은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구례에 내려 섬진강대숲길을 찾는다면, KTX 구례구역에서 3.3km, 구례공영버스터미널에서 3km 이내로 쉽게 닿을 수 있다.
자가용 이용 시 구례섬진강대숲길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굴다리를 지나면, 정자 쉼터와 섬진강, 오산이 반긴다. 이 길은 담양의 대숲과 달리 섬진강과 나란히 펼쳐져 독특한 매력을 발휘한다. 8월에는 섬진강 물길을 따라 지리산이 멀리 보이니, 구례의 대표 풍경이 한데 모인다.
실제로 대숲이 들어선 사연은 섬진강과 깊이 연결된다. 일제강점기 사금 채취로 강변 모래밭이 유실되자, 주민들이 대나무를 심어 지키기 시작했다. 이 길은 정자 쉼터에서 편도 약 600m로, 섬진강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평지에 가까운 길이 약간의 경사를 더해 대숲의 소실점이 변하며 자연스러운 율동을 만든다.
몇 걸음 걷다 보면 섬진강이 잊힐 만큼 대숲이 주목을 끈다. 대나무 줄기가 무리 지어 그늘을 드리우며, 음영은 수직으로 깊어 고개를 들게 한다. 벤치가 많아 대숲을 바라보며 쉬기 좋다. 짙은 초록이 마음을 씻는 봄이나 가을과 달리, 8월의 대숲은 요동 없는 오롯함이 돋보인다.
포토 존도 여러 곳에 있다. 중간 지점의 샛길에서 섬진강을 가까이 만날 수 있고, 경계 근처 그네에서 실루엣을 담기 좋다. 무척교와 지리산이 어우러진 전망이 인상적이다. 별빛 프로젝트 덕분에 밤에도 방문할 만하다. 어둠이 내리면 무지갯빛 조명과 반딧불이 같은 빛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초입의 초승달과 안쪽의 보름달 포토 존에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여름이라 모기 걱정이 있지만, 입구에 해충 기피제 자동 분사기가 마련되어 있다. 정자 쉼터 인근 대형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강 건너편 오산 정상부의 사성암은 의상, 원효, 도선, 진각국사가 수도했다는 명소로, 유리광전과 도선굴이 경이롭다. 동쪽으로 섬진강과 구례읍, 북쪽으로 지리산 연봉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뛰어나다. 사성암관광지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10~15분 이동하면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