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희귀 자생식물의 숨결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을 가다

한반도 희귀 자생식물의 숨결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을 가다
한반도 희귀 자생식물의 숨결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을 가다
찬 기운을 머금은 바람이 소리 없이 스쳐갈 때, 나뭇가지에 매달린 윈드차임이 은은한 멜로디를 선사한다.
마치 실로폰을 찬찬히 두드리는 듯한 부드럽고 기분 좋은 소리가 귓가를 간질이며 겨울 숲의 고요함과 어우러진다.
오대산 기슭의 숲 한가운데 서 있으면, 차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마음을 부드럽게 감싼다.
주변의 상록수들은 지친 이들을 푸른 잎으로 환영하며, 한겨울임에도 따스한 느낌을 안겨준다.
잔뜩 언 몸을 녹이고 싶다면 숲속 방문자센터에서 제공하는 무료 음료를 즐겨보자.
신선한 아메리카노부터 얼그레이, 캐모마일, 애플 티까지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핫초코도 준비되어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다.
음료는 방문자센터 2층 카페에서 제공되며, 커다란 창 너머로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머물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특히, 눈이 자주 내리는 대관령에선 12월 하순 이후부터 운치 있는 설경을 접할 기회가 많다.
눈꽃이 피어 동화 같은 미소를 자아내는 나뭇가지와 따끈한 차 한 잔은 겨울의 낭만을 완성시키는 최고의 조합이다.
따뜻한 차를 손에 든 채 카페에 비치된 책을 펼쳐 읽는 것도 겨울 숲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이 자랑하는 숲속의 책장은 조정래 작가가 기증한 도서를 포함해 약 2만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책으로 교체되어 다양한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현재의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2024년 7월 문을 열며 새롭게 태어났다.
이곳은 김창열 원장이 전국 곳곳을 다니며 모은 자생식물을 모토로 탄생되었다.
1999년에 자생식물만으로 구성된 사립 식물원으로 시작해 이후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산림청에 기부되며 국립기관으로 거듭났다.
외래종 없이 한국 자생식물만 유지한다는 점에서 다른 식물원과 차별화되며, 환경부와 산림청의 보존기관으로 지정되며 더욱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에서는 희귀식물원과 특산식물원, 동물이름식물원, 모둠정원 등 다양한 테마 공간에서 한국 자생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비밀의화원, 비안의언덕과 같은 특별한 명소도 놓칠 수 없다.
겨울에는 야외에 꽃이 많지 않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 온실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가을의 대표 야생화 단양쑥부쟁이는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의 대표적인 보물 중 하나다.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이 특별한 식물을 비롯해 벌개미취 군락지 또한 인기 있는 사진 스폿이다.
이외에도 봄이면 희귀식물원에서 보랏빛 깽깽이풀이 가장 먼저 꽃망울을 틔우며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모둠정원은 그 특별함으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공간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우리집정원은 전원주택 정원의 이상적인 모델로도 제시되며 아늑하고 아름다워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손색이 없다.
숲속 책장 옆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도착하는 비밀의화원에서는 소나무 군락과 전통적인 장독대 풍경이 고즈넉한 자연미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