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까치발 건물 철암탄광역사촌 탐방기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까치발 건물 철암탄광역사촌 탐방기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까치발 건물 철암탄광역사촌 탐방기
태백 철암역에서 불과 170m 거리에 자리한 철암탄광역사촌은 과거 탄광촌의 주거 시설을 복원하고 보존하며 우리 시대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특별한 박물관입니다.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 듯 생생한 풍경이 맞아줍니다.
이곳은 광부들이 석탄을 채굴하고, 아이들이 연탄을 처음 만난 1970~1980년대 태백으로 떠나는 색다른 시간 여행지입니다.
당시 태백은 대한민국 석탄 산업의 중심이자 활력이 넘치는 곳이었죠.
1970년대 철암은 탄광 산업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로, 광부라는 새로운 꿈을 찾아 수만 명이 몰려들면서 서울 명동 거리 못지않게 번성했습니다.
철암연립상가에서 산비탈의 판자촌에 이르기까지 도시가 급격히 확장된 것은 물론, 경기도 매우 활발했습니다.
“철암 개는 10만 원권 수표를 물고 다닌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광부들은 위험수당까지 포함된 고임금을 보장받으며 철암을 ‘인생 역전의 기회의 땅’으로 여겼습니다.
그 시절의 번영은 이제 레트로 감성으로 되살아나 철암탄광역사촌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철암탄광역사촌은 총 11개의 옛 건물 중 6곳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첫째·셋째 월요일엔 휴관합니다.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방문객들은 페리카나와 호남슈퍼, 진주성, 봉화식당 같은 장소를 지나
한양다방에서 여정을 마칠 수 있는데요, 모든 공간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니 취향에 맞게 둘러보면 됩니다.
눈길을 사로잡는 산울림, 붐비네, 젊음의양지 같은 옛 간판들도 여전히 남아 있지만,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마치 들어가면 반갑게 맞아줄 것 같은 주인장의 모습이 그려지곤 하죠.
역사촌의 페리카나 1층은 관리사무소로 운영되며, 2층엔 철암 지역과 관련된 기획 전시물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옛날 학생들의 성적표부터 광부들의 계약서 그리고 그들이 마셨을 소주까지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관람객들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며 돼지고기와 삼호소주를 즐기던 광부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이 전시는 일종의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월급날의 현장을 담은 흑백사진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화려한 파마머리의 여성들이 눈길을 끄는데요, 이는 월급을 받으러 직접 나선 것이죠.
광부들의 높은 월급 덕분에 철암에는 다방과 술집들이 성업했지만, 과도한 씀씀이를 걱정한 아내들이 월급봉투를 미리 관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역사촌 내 다른 명소들도 흥미롭게 꾸며졌습니다.
진주성은 관광객들의 쉼터이자 다큐멘터리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호남슈퍼는 지역의 역사와 선탄장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로 변신했습니다.
철암이라는 이름의 유래도 흥미롭습니다. 마을 북쪽 백산과 경계를 이루는 거대한 바윗덩어리는 쇠 성분이 많아서
철암(鐵巖)이라 불렸죠. 호남슈퍼 2층에서는 광부들이 드나들던 선술집과 가정집, 그리고 마을 골목 풍경이 재현돼 있습니다.
부엌과 난방시설에 빠질 수 없는 연탄과 조개탄도 눈에 띄죠.
역사촌 전망대에 오르면 철암역두 선탄시설(국가등록문화재)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검붉게 파인 석탄 산들이 하얀 건물들과 대조를 이루며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