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고운식물원 숲과 정원이 어우러진 야생화 배움터
청양 고운식물원 숲과 정원이 어우러진 야생화 배움터
충남 청양군 청양읍 식물원길
한여름 더위에도 꽃과 나무는 쉬지 않는다.
해가 길어지는 때에 맞춰 꽃을 피우고,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열매를 맺고, 진 꽃은 흙 속에서 단단하게 몸을 키우며 내년을 기다린다.
꽃 한 송이에 담긴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섭리를 배우고, 그 어여쁜 자태에 미소 짓는 여름 숲과 정원으로 떠나보자.
충남 청양의 고운식물원은 37ha에 이르는 숲 전체가 정원으로 꾸며진 야생화 배움터다.
수종에 따라 식재된 다양한 테마 정원과 야생화가 피고 지는 탐방로를 돌아보며 마음도 식물원의 이름처럼 고운 빛을 닮아가는 공간이다.
1990년 부지를 조성하기 시작해서 25년이 지나며 수목과 꽃 8800여 종으로 알뜰하게 채워졌다.
야생화와 희귀 식물 자원을 보호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설립 취지가 특별하다.
식물과 조경을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 국내외 조경가와 일반 여행자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꾸며진 것도 그 때문이다.
탐방객이 꽃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다양한 야생화와 원예식물을 식재해 정원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선물한다.
붉은 보랏빛 피튜니아와 한련 화분이 가득 매달린 터널을 지나 언덕에 오르면 본격적인 정원 여행이 시작된다.
화사한 여름을 만들어주는 수련원과 습지원, 장미원, 야생화와 어우러진 조각공원,
튤립이 지고 양귀비가 피어난 일년초원, 독특한 꽃모양의 디기탈리스가 자라는 열대수련원과 사계정원이 이어진다.
짙은 초록의 숲이 정원들을 감싸고 있어 신선한 바람도 함께 한다.
정원과 정원을 잇는 길목에는 야생화가 빈자리 없이 햇살을 받고 있다. 노루오줌, 바위취가 더위를 잊게 한다.
잠시 쉬어 가는 공간에서도 꽃 감상이 빠지지 않는다.
서양봉선화라고도 불리는 임파첸스가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고,
방갈로 벤치 옆으로는 푸른 수국이 한창이다.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볼 수 있는 원추리도 반갑다.
발길 닿는 곳, 눈길 가는 곳에서 어김없이 꽃들이 인사를 건네니 탐방객의 걸음은 자꾸 느려진다.
울창한 숲이 자연스럽게 정원이 되기도 한다. 그늘을 좋아하는 비비추가 여름 숲의 주인공이 되어 푸른 잎사귀를 뽐낸다.
비비추 군락은 연보라색 꽃이 피는 7월이 절정이다.
시원한 숲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도 이어진다. 나무 데크를 따라 걸으며 돌 틈에 자라는 바위취와 인사하고,
부드러운 흙길을 지나며 작은 꽃잎이 모여 피는 분홍조팝을 만난다. 소나무를 감고 올라간 덩굴식물이 원시림을 연상케 하는 숲도 걸어본다.
야생화를 감상하며 쉬어 갈 수 있는 벤치가 곳곳에 있고, 도시락을 먹기 좋은 잔디광장도 마련되었다.
달콤한 오디가 익어가는 쉼터와 아이들이 반가워할 놀이터도 눈에 띈다.
식물원 탐방의 중간쯤 되는 지점에는 멋진 정자가 자리한 전망대정원이 있다.
식물원을 조망하며 땀을 식히는 곳이자, 롤러슬라이드 출발점이 바로 아래 있어 아이들의 걸음이 빨라지는 곳이다.
롤러슬라이드는 식물원 중간지대까지 약 230m를 내려가는 미끄럼틀이다. 미끄럼을 타고 숲 사이를 휘감아 내려가면 어른도 아이처럼 동심으로 돌아간다.
식물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니라 즐거운 체험이 있는 친근한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아이디어다.
이용료가 따로 있으며, 롤러슬라이드를 타지 않고 탐방로를 따라 걸어서 내려가도 된다.
식물원 입구에 허브 용품 판매점과 식물 판매점이 있고, 탐방로 중간에는 잠시 쉬며 차를 마시는 카페도 마련되었다.
간단한 도시락과 음료수 반입이 허용되니 준비하면 좋겠다. 식물원 안에 자리한 ‘고운정’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 산채비빔밥, 들깨수제비도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