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향기 가득한 속초 오징어순대 어머니의 손맛처럼
바다 향기 가득한 속초 오징어순대 어머니의 손맛처럼
속초 수산관광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끈한 김의 유혹을 뿜어내는 오징어순대 한 접시가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차분하게 썰어낸 오징어 몸통 속에는 당면, 채소, 두부, 들기름, 고춧가루 등이 조화롭게 채워져 있다.
갓 찜통에서 꺼낸 오징어순대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려 나오며, 그 향기만으로도 입맛을 돋운다.
한 입 베어 물면 탱글한 오징어 껍질의 생생한 식감과 부드럽고 담백한 속 재료가 어우러지며 고소함이 입 안 가득 퍼진다.
기름기가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깊고 깔끔한 맛이 오래도록 남아 특별함을 느끼게 한다.
속초 오징어순대는 북녘에서 즐기던 피순대를 그리워했던 실향민들이 고향의 향수를 담아 탄생시킨 음식이다.
그래서인지 맛 속에는 항상 묘한 그리움이 피어나고, 이를 만드는 이들의 손끝에서는 정과 이야기가 배어든다.
속초에서 이 음식은 단순한 별미를 넘어 누구에게나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잡는다.
오징어순대를 맛보기에 가장 좋은 곳은 바로 속초수산관광시장이다.
1953년 한국전쟁 이후 실향민들이 정착하며 형성된 이 시장은 단순한 전통시장을 넘어, 실향민들의 삶과 북한 음식문화가 짙게 녹아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속초만의 독특한 맛과 정서가 자라난 곳이며, 평일 낮에도 북적이는 풍경 속에서 이곳은 현지인의 삶과 여행자들의 미식 탐방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시장 곳곳에는 ‘○○할매 오징어순대’, ‘원조 속초 오징어순대’ 등 다양한 오징어순대 전문점이 자리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시장 내 ‘순대 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기본적인 오징어순대 외에도 겉면을 바삭하게 튀겨 고소함과 누룽지 같은 식감을 더한 누룽지 오징어순대
계란물을 한 겹 입혀 부드럽고 고소한 맛의 매력을 더한 계란물 오징어순대
매콤한 양념 속으로 감칠맛을 끌어올린 매콤 오징어순대 등 가게마다 조금씩 다른 개성과 특색을 선보인다.
다채로운 시도를 통해 비교하며 맛보는 재미 또한 큰 즐거움이다.
시장 골목에서는 오징어순대 외에도 닭강정, 회무침, 새우튀김, 물회 등 다양한 별미들이 넘쳐난다.
여행객과 현지인들이 섞여 만든 활기 가득한 풍경 사이를 걷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이 바빠진다.
전통시장의 정취와 입을 즐겁게 할 맛을 찾는다면 속초 중앙시장은 필수 방문 장소다.
속초 오징어순대의 뿌리를 더 깊게 이해하려면 시장과 가까운 청호동 ‘아바이마을’을 꼭 둘러봐야 한다.
‘아바이’란 함경도 사투리로 ‘아버지’를 뜻하는 말로, 실향민들이 서로를 부르는 친근한 호칭에서 비롯되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오래된 가옥들과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실향민들의 그리움과 삶의 흔적이 담긴 풍경이 느껴진다.
함경도 사투리가 섞인 말씨와 연탄불 위에 올려진 아바이순대 냄비, 골목마다 걸린 대문 간판까지 모든 풍경이 당시의 애환이 만들어낸 역사를 말해 준다.
이곳에서는 속초 오징어순대뿐 아니라 가자미식해, 명태회무침 같은 북녘 음식들을 두루 맛볼 수 있다.
특히 아바이순대는 오징어뿐만 아니라 내장까지 함께 삶아내 더욱 진하고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